Monday, December 26, 2011

닭 키우기 1 - 병아리 시절 이야기

어릴 때부터 병아리가 너무 좋았다.  까만 동그란 눈동자,  노란 보송보송한 솜털, 손 안에 들어오는 앙증맞은 사이즈, 노란 부리, 삐약삐약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목소리...
닭 키우는 친구집에 놀러가서 윤기나는 깃털을 가진  건강한 닭들을 보고 갓 낳은 달걀들을 얻어 오면서 결정했다.        아침마다 암탉이 낳아 주는 신선한 달걀들.  너무 멋질 것 같다.

1. 병아리 처음 만난 날

50분 운전해서 간 곳은
Alamo Hay and Grain
3196 Danville Blvd Alamo, CA
925- 837- 4994

커다란 통 속에서 야단 법석이던 수많은 병아리중에서 알 잘 낳는 다는 노랑이와 제일 예쁘다는 까망이를 골랐다.   집에 데려오니 낯선 곳이라 무서웠는지 둘이 한 몸처럼 꼭 붙어서 잔다.




노랑이와 까망이는 문 열리고 닫히는 소리에도 깜짝 깜짝 놀라고 잠 잘 때에도 불안한지 서서 서로 기대어서 쪽잠을 잤다.  둘이 꼭 붙어서 서로의 날개밑으로 파고 들어가려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불쌍했다.  자연상태라면 엄마닭 날개밑에서 숨어서 편하게 잘 텐데 태어나자마자 낯설고 추운 곳에서 얼마나 불안했으면.....
 우유를 아무리 잘 주어도 안아주지 않고 키우면 아기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지 못한 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기와 엄마의 스킨쉽이 아기를 건강하게 똑똑하게 만든단다.

그래서 내가 당분간 엄마닭처럼 안아서 재워주기로 했다.   태어나자마자 엄마품을 모르고 자랄 병아리들이 불쌍해서,  우리 병아리들도 똑똑하고 건강하게 자라야 하니까...  그리고 안아서 키워주면 날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품어주면 서서 자지 않고 퍼져서 편안하게 잔다.

설거지할때는 앞치마 주머니에 넣어서 재우기 시도. 

컴퓨터 할 때는 발 사이에서 재우기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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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자 우리집 분위기에 익숙해졌는지 더 이상 서서 자지도 않고 작은 소리는 물론, 큰 소리에도 놀라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더 이상 병아리들을 안아서 재워 주지 않게 되었다.
스킨쉽을 많이 해서 키운 병아리들은 어떻게 자랐을까? 

건강한 것 같다. 세마리 다 잘 자라고 있다.  추운 겨울밖에서 자라도 아직까지 한번도 아픈 적 없었음.  뭐 여긴 캘리포니아긴 하지만 밤에는 좀 춥다.

다른 닭들에 비하면 순한 편인 것 같다..  다른 블로그들 보니까 닭들끼리 싸워서 깃털이 뽑힌 닭들도 많고 너무 싸워서 분리시켜야 한다는 글들이 종종 보이던데 서로 안 싸우고 얌전? 한 편인듯.   물론 먹이가지고 서로 먹을려고 아웅다웅하지만.

나를 엄마라고 생각하는가?   
그건 아닌 것 같다ㅠㅠㅠ
어렸을 때는 그렇게 안아주는 걸 좋아하더니 다 컷다고 안아주거나 쓰다듬어주려고 하면 도망 다님.  그래도 내가 나가거나 쳐다보기만 해도 내 주변에 몰려듬.  닭 세마리에 쭉 둘려싸여 있는 내 모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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